당신 손안의 찻잔[틱낫한]

조회 수 22083 추천 수 0 2011.05.09 00:24:49
촐랭이 *.207.220.44
미국에 나의 친한 친구인 짐 포리스트가 있습니다.

내가 그를 8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카톨릭 평화협회와 함께 일하고 있었지요.

지난 겨울에 짐이 나를 찾아 왔습니다.

나는 대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차를 마시기 전에 설거지를 합니다.

하루는 짐이 자기가 설거지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대답했죠, "그렇게 해요, 하지만 당신이 설거지를 하려면 설거지하는 방법을 알아야만 합니다."

짐이 대답했습니다,

"아이, 참, 스님께선 제가 설거지도 할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대답했습니다, "설거지 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릇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구요,

두 번째는 설거지를 하기 위하여 설거지를 하는 것입니다."

짐은 기쁘게 말했습니다, "저는 두 번째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하여 설거지 하는 것을요."

그때부터 짐은 어떻게 설거지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한 주일 내내 그 "책임"을 넘겨주었습니다.



만일 우리가 설거지를 하면서, 설거지를 마치고 마실 차 한 잔만 생각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릇들이 귀찮은 물건들인 것처럼 서둘러 설거지를 해치워버리려 한다면,

그것은 "설거지를 하기 위하여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보다 더한 것은, 설거지를 하고 있는 그 시간 동안은 우리가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로, 우리가 씽크대 앞에 서있는 동안의 삶의 기적을 전혀 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설거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아마 우리는 차도 제대로 마실 수 없을 것입니다.

보나마나, 우리가 손으로 잡고 있는 찻잔도 거의 의식하지 못하겠지요.

그리하여 우리는 미래로 빨려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실제로 삶의 단 한순간도 제대로 살 수 없게 됩니다.

삶의 기적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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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피아

March 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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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글이네요 감사합니다